[커뮤니티][서평]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송진호
2022-05-01

도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작가: 황보름
출판: 클레이하우스
분량: 363 페이지

한 줄 요약과 키워드
'건강한 생각과 디테일한 감성으로 위로받은 책'
# 오롯이 나 자신 # 받아들여 지는 느낌 # 읽는 즐거움

책 읽는 내내 한 문장 한 문장에 진심을 꾹 꾹 눌어담은 듯한 감동을 받았다. 출판을 위해 내리 적은 느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차곡차곡 모아둔 구슬같은 문장들이었다. 다음 챕터에선 어떤 문장이 나올지 설레고 기대감이 커졌다. 근사한 시간이었다.
문체와 표현도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약간씩 다르게 사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인물들이 더욱 친근하고 입체적으로 와닿았다.

승우는 동태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 세상에 동태라는 생선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않을 만큼 다른 사람의 기호를 좇아 가끔 먹게 되는 게 전부였다.(p.226)

성격이나 생김새에 대한 묘사를 하지 않아도, 대사 하나로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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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
여러 등장 인물 중 민준의 말이 계속 눈에 밟힌다. 많은 20대가 그에게 공감을 보내지 않았을까? 과묵하고 성실한, 책임감 강한 민준은 학창시절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 해내왔다.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취직 활동을 벌였으나 번번히 불합격 통보를 받던 어느 날 민준은 자신이 지쳐있음을 깨닫는다.

 

 

민준이 등장하는 파트를 통해 소설 속 핵심 키워드가 '노력과 보상', '공정'이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늘 피곤했어도, 가끔 늦잠을 자면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었던 건, 실제로 지금껏 열심히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p.71)


'민준은 쉬고 싶었다. 노력하는 게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력의 결과가 이런 거였으면 노력하지 않는게 더 나았을 뻔했다. 그렇다고 지난 시간을 후회하긴 싫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또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p.77)


'자기는 공부에만 전념하지 못했던 게 후회되는게 아니라 현명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광신하느라 이 방법이 맞나 고려해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난의 길만 믿고 달려오느라 다른길도 있음을 헤아려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p.106)


일정 시간이 지나고 민준은 이제까지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난, 대학에 들어와 정말 최선을 다해 단추를 만들었어. 너도 그랬겠지. 정확한 간격으로 잘 달기도 했고."

"죽어라 단추를 만들면서 하나 생각하지 못한게 있었던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단추 꿸 구멍이 없다는거"

"아, 웃프지 않냐. 내 지난 시간이 지금의 이 삐꾸 같은 모습을 위해 존재했다는 생각을 하면? 내 삶이 웃퍼질 줄이야."(p.72~74)

 

이런 민준의 대사는 뒤에서 고등학생 민철이의 대사와 한번 더 대비를 이루는데, 나에게는 이 부분이 무척 씁쓸하게 다가왔다.

"노력하지 않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올 리가 없잖아요."(p.97)

작가는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담아내려고 한 것 같다.

 

민준이는 휴남동 서점에 바리스타로 일하며 조금씩 밝은 에너지와 생기를 되찾는다.

 "성장한다는 느낌, 일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 느낌이 아닐까 하고 민준은 생각했다."(p.182)

민준은 고트빈 사장 지미와 로스터들덕에 바리스타로서 성장하기도 하고, 영주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받기도 한다.

 

독서 모임을 진행했기 때문일까. 휴남동 서점을 만들어 나가는 영주의 고민에도 끄덕이며 쉽게 공감이 되었다.

나에게 좋은 책이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좋을까? 책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까

리드위드에서 다루는 도서들이 언젠가 참가자들이 느끼기에 제한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그랬다.

 

책에 대한 영주의 인사이트도 기억에 남았는데, 나 역시 영주와 같은 이유에서 책을 찾고 읽기 때문이다.

'영주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매번 찾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고 첫 페이디를 펼치는 건 아니었다. 수십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찾고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될 때도 많았다.'(p.29)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고 하잖아요.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여.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 강해져요. 바로 이 강해지는 면과 성공을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중략)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p.55)